가족의 책장
아빠
책이 많다. 큰방 벽 한가득에 쌓아놓고도 자리가 모자라서 책장위 천장 가까이 까지 책이 많았다. 지금은 많이 버렸다고 하는데도, 여전히 많다. 지금도 여전히 많이 읽는다. 눈이 침침해서 예전같지 않다고 하는데도 오랜만에 한국에 가면 거실앞 테이블엔 항상, 아빠가 읽고있는 또는 읽고 있던, 또는 읽을 책이 세권은 쌓여있다.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 (내 닌텐도와 각축을 버리며 넓은 탁자를 다 놨두고 가장 중간의 좁은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늘 다툼을 버렸다, 왜 그런 이상한 다툼을 버렸는지는 사실 이유를 아는데 간단히 말하지만 아버지의 정리벽과 나의 귀차니즘의 타협점이라고나 할까 ㅋㅋㅋ)내가 알기론 (아버지는) 다섯권이상 쌓아놓진 않는다. (그러고 보니 내가 영어를 말할때 주어를 자주 말을 안해서, 항상 죄책감을 느끼거나, 사람들이 못알아듣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보니 주어없이 말할수 있다는 것이 대단한 거였구나. 한국말처럼 또는 일본말처럼. 그래서 맥락을 봐야하고, 그래서 더 이해하고 어렵고, 그렇지만 모두 눈치 좀 볼 줄 아는 인간들이 되었던 거지. 그런데 눈치가 없는 나 같은 애는, 행간을 잘 못읽거나, 아니면 너무 궁금해서, 그냥 마구 마구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보고 '엉뚱하다'는 칭찬아닌 칭찬을 했었던 거구나!) 그리고 아마도 내가 알기론 한권을 끝내고 다시 다른 한권을 읽는 것으로 안다. 아님 말구 ㅋㅋ
엄마
책을 많이 읽지는 않는다고 본인이 그런다.
하지만 믿을 수 없다.
아리랑 전권을 읽고
내가 준 태엽감는새 전권을 다 읽었는데,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아닐리가 없다.
단 ‘많이’ 가 아니라는 거겠지.
하지만 내가 보기엔 엄마는
아는 건 다 실천하는 사람이라서
굳이 책장이 필요없을 지도 모른다.
큰언니
어렸을때부터 서양화관련, 디자인관련 서적이 많았다.
특히 르네상스 이후 서양화 전집을 가지고 있어서
방을 따로 썼음에도 불구하고
언니가 방을 비우면
언니방에 들어가서 서양화전집을 훔쳐보았다.
나쁜짓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왠지 훔쳐보는 느낌이 들었다.
왜냐면 르네상스 이후 서양화에는 풍만한 여성의 누드화가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기독교에 대한 지식이나 배움이 전혀 없는 유치원생이었기 때문에
예수나 성인의 고통을 담은 어두운 서양화보다는
여성의 누드화
또는 렘브란트나 까라바죠의 어두컴컴한 자화상에 관심이 많았고,
인상파들의 그림들은 그닥 인상적이지 않았다.
2005년 동경에서 홀로 반고흐전에 가기 전 까진.
작은언니
영어로된 의학서적이 많았다. 전혀 관심이 가지 않았다.ㅋㅋ
하지만 언니가 유희열의 자서전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즐겨보았기에
나도 한번 읽어보았다. 재밌었다.
그리고 언니는
30대들이 볼만한 인생서들을 20대에 이미 가지고 있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었다.
(나도 언니따라 읽어보았으나
번역이 형편없어
도대체 무슨소리인지
알아먹을수가 없었다)
마일스
책이 많지는 않으나
절대 버리지 않는다
머리가 큰데도 불구하고
외우려고는 하지 않는가 보다.
도대체 저 머릿속에는 뭐가 그리도 들어있을까.
장난삼아 마일스의 머릿속을 그려본적이
사실 두번이나 있다.
한번은 사귄지 얼마 안되어서
그리고 두번째는 최근 하와이 여행가는 비행기안에서
두 그림을 다 가지고 있으면 비교하기가 수월할텐데
아쉽게도 첫번째 그림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냥 장난이었기 때문에
무심코 버렸던 것 같다.
나도 다 남겨둘걸. 우리 시엄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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