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기억나는 일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때 나는 반장선거에 나가서 떨어졌다. 그리고 2학기에는 꼭 반장이 되어야지 라고 생각했었다. 단짝인 윤진이와 여름방학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반장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니까, 그러면 어떻게 작전을 짜면 좋을지에 대해서 구상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우리반은 남자 20명에 여자 26명으로, 왜인지 모르겠지만 지난 반장선거때 남자애들은 남자애를 여자애들은 여자애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윤진이와 나는 여자애들끼리 미리 후보자 선택을 위한 투표를 하고, 그 투표에서 이긴 사람이 여자후보로 반장선거에 나가자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우리반에는 남윤이라는 이쁘장하고 늘 반장을 도맡아하던 여자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가 반장선거에 나갈 것은 분명하였다. 허나 남윤이의 추종자는 많아봤자 10명, 그 외에는 나와 더 사이가 좋기 때문에, 남윤이와 나와 둘이 경쟁하는 경우 내가 이길 확률이 높았다.
이에 학기가 시작되고 일주일 후 나와 윤진이는 반 여자아애들을 불러모았다. 학교건물1층 뒷마당 점심시간이었다. 우리는 종이와 연필을 준비하고, 모임의 취지를 설명하였다. 모두들 아무런 의문없이 참여해주었다. 남윤이는 이런거 하기싫어 라고 하면서도 강력하게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자애들 26명 모두의 표를 모을 수 있었다. 결과는 김남윤 9표 나 14표 무효표 3표. 내가 여자후보로 선출되었다.
남윤이는 울면서 뛰어나갔고, 남윤이의 추종자들도 남윤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같이 뛰어나갔다. 그러다가 한 아이가(이름이 생각이 안난다) 부반장 선거 후보도 투표를 하자고 한다. 나는 잠시 얘 모지? 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부반장은 남자 여자 따로 뽑기 때문에 미리 투표를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 후 교실로 돌아가서 기쁨을 향유하였다.
반장선거 당일, 아침에 남윤이가 나에게 찾아와서, 엄마한테 물어봤는데 내가 나가고 싶으면 나가도 된대 라고 말하고 돌아갔다. 결의에 찬 모습이었다. 남윤이는 머리를 포니테일로 자주 묶었었는데 그것이 남윤이의 오똑한 코와 잘 어울렸다.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반장선거 시간이 시작되고, 반장이 되고 싶은 사람은 앞으로 나와주세요 라고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남자후보는 남자애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던 이성재, 여자후보로는 나와 김남윤이 나왔다.
여자아이들 사이에서는 김남윤이 지난번의 약속을 어겼다면서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투표가 시작되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내 이름을 적어넣었다.
개표의 순간이 다가왔다. 이루말할 수 없이 떨리는 순간이었다. 선생님이 한표한표 이름을 부르고, 한 학생이 칠판에다 바를 정자를 쓰면서 표 수를 집계하였다. 결과는 이성재 19, 김남윤 6, 나 19. 그날 따라 1학기때 반장이었던 신X가 아파서 결석을 하였는데, 만약 결석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성재가 최고득표를 하게 되어 반장이 될 운명이었다. 하지만 운명의 신은 나에게 미소를 보인것이다.
이성재와 내가 19표로 동점이었기 때문에 남윤이를 후보에서 제외한 후 2차 투표를 시작했고 그 결과 이성재 20, 나 25로 내가 반장이 되었다. 계획대로 반장이 되었기 때문에 승리의 기쁨에 벅차있었지만, 한편으로 이성재에게 간 여자애의 1표가 도대체 누구인가도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 여자부반장 선거도 하였는데, 지난번에 부반장 선거 후보투표도 하자고 하였던 아이가 엄청나게 알찬 선거연설을 준비하여 “사람 인자를 보십시오~ “ 그 아이가 부반장에 당선되었다.
또 한편, 윤진이는 공중전화로 우리집에 전화하여 (그때 시내전화 비용은 20원이었다) 우리 엄마에게 내가 반장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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