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을 달리던 말이라
달리지 않으면 진창에 빠질까
달리고 또 달렸더니
더 이상 달릴 힘이 없어서
깊숙히 침잠하고야 말았다
운이 좋아
주변에 노끈처럼 단단한 지푸라기가 많아서
그것들을 잡아
조금씩 올라왔더니
이제 마른 땅이더라
말은 달리지 않아도 되었는데
그 버릇이 남아 자꾸 뛰려 하더라
나뭇가지들이 속삭이더라
그만 뛰고 누워서 좀 쉬어
좀 쉬어도 되잖아
늪은 저 멀리 지났으니까
이제 천천히 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