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0일 월요일

용왕이

‘토끼의 간이 뭍에 있을리 없다’는 생물학자의 말을 들었다면.


그래서


용왕이

거짓말을 하는 토끼를 단죄했다면.


아니면


토끼가

간도 쓸개도 빼줄만큼

용왕을 사랑했다면.


결말은 어찌되었을까. 


용왕의 병은 나았을까

거북이는 만족했을까

토끼는 좋았을까.



내가 용왕이었다면

또는 거북이였다면

또는 토끼였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마음을 하였을까


아니면


나는 어떤 마음을 하고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리고


나는 또 어떤 마음이 되었을까

.

.


그래서


나의 병은 나았을까

나는 만족했을까

나는 좋았을까



전래동화가 남일같지가 않은 나는

지나친 감정이입을 하는걸까

지나친 낭만주의자인가

지나친 문학아줌마인가


아줌마가 문학을 읽고

아줌마가 문학을 이해하려하고

아줌마가 문학을 하면


이건 지나친 건가


내가 살고 있는 현재가

또는 현실의 모습이

전래동화의 구조와 같음을 인식하면


나의 병은 나아질 것인가

나는 만족할 것인가

나는 좋을 것인가


내가 행복하면

너도 행복한가


나의 행복은

너에게도 행복을 가져다 주는가


내가 슬프면

너도 슬픈가


나의 슬픔은

너에게도 슬픔을 가져다 주는가


정답은

예 그리고 아니오

예 또는 아니오 가 아닌

예 그리고 아니오


Yes & No


용왕의 몸의 병은 나을수도 있지만

그녀는 괴로웠을 지도 모르고

그래서 술독에 빠져서

병이 도졌을지도 모르고


또는 용왕의 몸은 더 위독해졌을 수도 있지만

그 소문을 듣고

용왕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토끼나 거북이나 돌고래나 기니피그가

자신의 간과 쓸개를 빼줄려고 했을지도 모르고


거북이는 그 공을 인정받아

승진해서 자신과 그녀의 가족들 모두 행복해졌을지도

아니만 죄책감에 사로잡혀 스스로 불행해졌을지도 모르고


토끼는 마음이 거북한 채로 미친놈 다보았네 하며 털고 일어서려고 했을지도

아니면 바다공포증이 생겨서 동굴속에 쳐박혀있게 될수도 아니면 증오와 공포에 사로잡혀 복수심에 사로잡혀 있었을 수도


아니면 토끼도 죽고

용왕도 죽고

그리고 언젠가 거북이도

플라스틱 빨대에 목이 막혀 죽으면


누군가는 슬프고

누군가는 기억하고

누군가는 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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